통로 끝에서 심상치 찮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목덜미의 털이 쭈뼛 서는 느낌이다. 나는 이 앞에 있는 도마 신전의 주인이 두렵다. 하지만 우리는 나아가야만 한다.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 다들, 멈춰!
왜 그러지, 아름?
앞쪽에 누군가…… …………!
저건………… 페르난?!
뭐라고?
……그 목소린…… 클레베……?
페르난!!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된 거야……!
……괜찮아. 다 자업자득이니까……
그보다…… 결국, 여기까지 왔구나……
역시, 도마를……?
그래…… 그게 선대 황제 루돌프의 유언이야.
그래……
황제는, 도마의 광기를 눈치채고 있었나……
광기?
그래……
지금의 도마는, 신이라 할 수 없어. 저건 그저 힘을 향한 집념일 뿐……
……너…… 아름, 이라고 했던가……
어……? 나한테 할 말이라도?
그래……
베르크트님을 조심해라…… 그분은 이미……
……윽……!
페르난!
아름…… 도마를 쓰러뜨려 줘……
부탁 같은 걸 할 입장이 아니란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이제 너밖에 없다……
더는 사람들이 도마의 힘에 미쳐 비극을 반복하지 않도록……
……알겠어. 도마는 내가 반드시 쓰러뜨릴게.
그래…… 부탁한다………… ……큭……!
페르난! 괜찮아?
하… 하하…… 참 우습지. 내가 너희에게 부탁을 다 하고……
그게 무슨 소리야. 넌 여전히 내 친구인데.
……하여간 너도 참…… 언제까지 그렇게 무르게 굴래?
네가 항상 그렇게 날 용서해 주니까,
사과하는 법을 잊어버렸잖아……
페르난?
사실 알고 있었어.
내게 일어난 불행은 누구의 탓도 아니라는 걸……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면 그걸 방치한 것은 누구지?
다름아닌 내 자신이잖아.
난 그걸…… 날 향해야 할 분노를 힘없는 평민에게 쏟아부었어…………
귀족으로서, 창피한 일이지……
이제 됐어, 페르난.
넌 충분히 잘못을 뉘우쳤어.
이 이상 널 탓하지 마.
그래…… 나도 너무 지쳐 버렸어.
슬퍼하기에도, 화를 내기에도……
다만 마지막으로 클레베…… 널 만나서 다행이야.
너도, 네가 선택한 왕도 모두 옳았어……
역시 넌…… 내…… 자랑스러운…………
……………………
……페르난?
페르난…… 장난치지 마.
눈을 떠, 페르난! 페르난―――……!!
페르난……! 거짓말이죠?!
일어나세요! 함께 소피아로 돌아가야죠!
네? 페르난! 뭐라고 말 좀 해 보세요……!
……클레어, 이제 그만해. 이만 편히 쉬게 해 주자.
……오라버니………… 흑…… 으흐흑…………!
……괜찮아? 클레어, 클레베……
……그래.
지금은 감상에 젖어 있을 때가 아냐. 갈 길을 서두르자, 아름.
그래……
페르난, 네가 만든 해방군에서 너와 함께 싸울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걸.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