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늪 안에 세워진 괴상한 분위기의 요새. 사룡을 소환한다는 도마 교단의 기도사 돌크의 본거지.
히히히…… 왔구나, 운명의 아이야.
널 도마님께 바치면 우리의 야망도 이루어진다.
쓸데없이 힘 뺄 필요 있나? 자, 얼른 이쪽으로 오너라……
아…………
잠깐, 무슨 헛소릴 지껄이는 거야!
세리카님한텐 손가락 하나 댈 수 없을걸!
흥, 성가신 날파리들 같으니.
사룡의 밥이나 되어라!
정말이지,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니까……
살짝, 따끔한 맛을 보여 주마.
어리석은……
……잠깐, 안테제…………!
이 녀석, 아직 살아 있었어?!
내 손에서 벗어난다 해도 교단의 공격을 피할 순 없을 거다.
공연히 동료들의 목숨을 위험에 노출되게 할 셈이냐?
안테제, 그렇게 어리석진 않을 테지.
……윽, 그건……
자아, 얌전히 나와 함께 가는 거다……
도마님의 곁으로……!
세리카, 왜 가만히 있어?!
녀석에게 붙잡힐지도 몰라요, 세리카님!
시끄럽다!!
꺄아악!
그만둬! 동료들한텐 손대지 마……!
나, 갈게. 갈 테니까……!!
세리카님?!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래,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자아, 안테제여……
…………
가지 마세요, 세리카님!
크헉…………!
어……?
…………
앗, 당신은……!
…………
꺅……
어, 어이! 이게 무슨 짓이야!!
어째서, 네 목숨을 버리려 했지?
…………읏! 그, 그건……
……당신과는 상관없는 얘기예요.
상관없다고……?
몇 번이나 도와주신 건 감사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당신이 뭘 안다고 이러시는 건가요?!
저에 대해…… 뭘…… 안다고…………!
세리카님……
왜 그러시는 거예요? 세리카님답지 않으세요……
……아무것도 아냐. 그냥 혼자 있게 해 줘.
어차피 아무도 내 기분은 이해하지 못 해……!
그런…… 세리카님……
……남매니까, 이해할 수 있어.
……어……?
오랜만이야, 안테제.
……당신은……
……오빠? 콘라트 오빠 맞아요?!
아아…… 살아 계셨군요……!
성의 별궁이 습격당해 화재가 일어났던 밤……
난 시녀의 도움으로 은밀히 탈출에 성공했어.
그리고 그 길로, 어머니의 고향인 리겔로 달아났지.
아무리 도제라도 리겔까지 손이 닿진 않을 테니까.
그랬군요. 아아, 정말 다행이에요……!
그런데 제 서클렛은 어떻게 갖고 계셨던 건가요?
그건…… 어떤 사람에게 부탁받았거든.
안테제 네가 왕녀에 걸맞게 성장했을 때, 돌려주도록 말야.
어머…… 도대체 누가요……?
미안, 그건 내 입으로 말할 수 없어.
그리고 안테제 네가 섬에서 나왔다는 걸 알고.
걱정이 되어, 줄곧 주변을 맴돌았지…
도제에게 내 정체까지 발각될 순 없으니까 말야.
우후훗…… 그래서 가면을?
응! 멋있지?
헉……
아무 말도 하지 마.
세리카님의 오빠면 왕자님이시라는 거니까.
으, 응.
……그나저나 콘라트님께선 가면을 벗으면 성격도 변하시나 봐.
꼭 다른 사람 같아.
그 반대겠지. 가면을 쓰면 변하는 거야.
아아, 그렇구나……
……사실 정체를 밝힐 생각은 없었어.
날 숨겨 주셨던 현자의 마을에 계신 할크님께서도
정체는 밝히지 말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씀하셨거든.
살아 있다는 걸 들키면 또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말야.
하지만 안테제가 그런……
마치 자신은 외톨이인 것처럼 말하니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
오빠…… 죄송해요.
아냐. 사과하지 마, 안테제.
네가 소피아의 왕녀로서 혼자 모든 걸 짊어지고
노력하는 모습을 줄곧 지켜봐 왔어.
앞으론, 나도 함께 짊어질게.
곁에서 함께하며, 목숨을 걸고 널 지킬게.
그러니까……
결코 목숨을 내버리는 짓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