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죽겠네…… 끝나려면 멀었나?
오늘은 그냥 나서지 말고 뒤에서만 있을까……
파이슨.
으악!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컨디션은 괜찮아?
네에, 뭐어…… 평범하죠.
……솔직하군. 그게 네 장점이지만……
해방군도 아름을 리더로 맞아 젊은 병사의 수가 늘어났어.
다들 경험이 적어 불안에 떠는 일도 많을 거고.
그러니 너도 선배로서 모범을 보여 주지 않겠어?
그런 건, 저 말고도~
클레베님이나 루카, 폴스가 있잖아요.
저까지 그렇게 딱딱하고 어렵게 굴면
새로 들어온 녀석들이 숨 막혀 할 걸요?
하지만 집단엔 규율이란 게 필요하잖아.
그것과는 별개로 분위기란 게 있다고요.
……우리 해방군 분위기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건가?
아니,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가끔 불편할 때는 있지요.
……그렇군……
아아, 파이슨. 마침 잘됐어.
네에, 무슨 일이신가요.
저번에 했던 얘기 말인데…… 계속 신경이 쓰여서 말야.
기사단이나 귀족 출신들과 너희 평민 사이에
메울 수 없는 골이 있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그래서 더욱, 출신을 떠나 능력만을 보자고
내 나름대로 신경 쓰고 있었는데……
너에게 있어선 그렇지만도 않았던 모양이야.
아뇨, 애당초 말이죠.
평민이지만 귀족과 같은 대우를 해 줘야지.
……라는 생각을 하는 것부터 이미 평등하지 않잖아요.
난 결코 너희를 깔본 게……
그건 저도 알아요.
클레베님께서 잘못했다는 소리가 아니에요.
하지만 저희 같은 평민이 느끼는 여러 감정을
진심으로 이해할 순 없으시죠?
……부정할 순 없어.
난 굶주림이나 추위를 몰라. 학대받는 이들의 굴욕도, 절망도……
내가 그들에게 다가가려 하는 것도 전부 위선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잠시만요, 뭘 우울해하고 그러세요.
그런 거 좋아하는 녀석들도 제법 있다고요. 폴스라든가.
그저, 저 같은 놈들도 있단 뜻이에요.
그냥 트집이었을 뿐이니 잊어 주세요.
파이슨……
파이슨.
아아, 클레베님…… 이제 기운 좀 차리셨어요?
그 뒤로 장난 아니었다고요.
클레베님께서 우울해하시는 건 저한테 욕을 먹어서 그런 거라며
클레어님은 창으로 찌르시질 않나 다른 애들은 따지고 들질 않나……
제발 저 좀 살려 주세요.
미, 미안하게 됐어.
하지만 나도 그 뒤로 나름대로 생각을 해 봤는데.
좀 들어 주지 않겠어?
네에……
파이슨, 난……
왕이 있고, 귀족이 있으며 그 아래에 백성이 있는 것이
이 나라의 올바른, 질서 있는 모습이라 믿어 왔어.
아니, 솔직히 말할게.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어.
설령 네가 그걸 달갑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말야.
……………………
하지만 그렇다고 너라는 개인을 깔보는 건 아냐.
귀족이든, 평민이든,
내겐 둘도 없는 맹우야.
그것만은 알아줘. 내 억지일지도 모르겠지만……
……클레베님께선 정말 올곧으시네요.
그럼 저도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왕이든 귀족이든
신분만으로 호의호식하는 주제에 사람을 깔보는 놈들은 질색이에요.
하지만 클레베님도 싫냐고 물으시면
그건 좀 다르달까.
뭐어, 불편하긴 하지만요.
……불편했던 건가.
그 정돈 봐주세요.
굶주림이나 추위를 모르는 대신
많은 사람들의 목숨과 생활을 언제나 전력을 다해 지켜 주시잖아요.
그럼 그걸로 된 거 아닐까 싶어요.
왜냐면 그건, 저한텐 절대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파이슨……
클레베님이 하시는 모든 일에 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함께 싸우는 건 싫지 않아요.
……그건 다행이군. 고맙다, 파이슨.
앞으로 어떤 미래가 우릴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신분을 불문하고, 모든 이에게 더 좋은 미래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부디, 아름에게 힘을 빌려줘.
으~음, 그러니까 이런 게 불편하다는 건데……
뭐, 아무렴 어때. 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