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에 독 늪이 펼쳐져 찾아오는 자를 거부하는 죽음의 대지. 주위에는 코를 찌르는 악취가 맴돈다.
섬뜩한 곳이네요……
사람들은 이곳을 망자의 늪이라 부른다나 봐요.
습하고 기분 나쁜 곳이군.
얼른 해치우고 지나가 버리자고.
네, 그러는 게 좋겠어요.
……안테제여……
어?
왜 그래? 세리카.
방금 누가 부른 것 같았는데……
그래? 난 아무것도 못 들었는데……
정말요……? 기분 탓이었나 봐요.
크흐흐…… 자, 오너라.
늪 밑바닥까지 가라앉혀 주마.
이럴 수가……! 이 내가…………
휴우…… 끝났군.
자, 서두르자고. 세리카.
네……
안테제여…… ……이쪽이다……
이리 오너라, 내가 있는 곳으로……
미라를…… 그 꼬맹이를…… 구하고 싶다면 말이지……
……큭, 뭐라고!?
당신은 도대체 누구야?
어이, 세리카? 어디 가는 거야!
크크크…… 왔는가, 안테제여.
운명의 성흔을 지닌 소피아 왕녀여……
?! 당신은……?
내 이름은 쥬다.
위대한 도마님의 첫 번째 하인……
당신이 쥬다……!
그럼 미라님께선 당신과 함께 계신 거야?
그래, 그렇고말고.
안테제, 미라의 해방을 조건으로 나와 거래하지 않겠는가.
거래……?
그래. 내가 원하는 건 너다.
네 영혼을 도마님께 바치기만 한다면
미라를 소피아에 돌려주마.
뭐?! 내 영혼……?
그런 게 왜 필요한데?
안테제여……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이 리겔 제국과 소피아 왕국,
두 나라를 세운 위대한 신룡의 이변을.
도마님께선 세계의 균형이 무너질 정도의 힘을 갈구하시고,
미라는 소피아의 국민이 타락할 때까지 은혜를 퍼부었다.
……그건……
도마님의 영혼은, 용의 숙명인 광기에 침식당했다.
이대로라면 리겔 제국마저 멸망의 길을 걷게 될 터.
소피아의 땅이, 미라의 부재로 메말라 버린 것처럼 말이다.
뭐…… 광기……?!
미라님도 도마도, 이대로 멸망할 운명이란 말야?
그래. 그래서 안테제, 네 영혼이 필요하다.
소피아 왕가의 피를 이은, 성흔을 지닌 특별한 영혼……
그것만 있다면, 도마님께서도 무사하실 수 있다.
미라도 해방되어, 모두가 구원받겠지.
그 아름이라는 꼬맹이가 전쟁을 계속할 이유도 없고 말이야.
…………!
어떠냐. 나쁜 얘기는 아니지?
………… ……정말……
믿어도…… 돼……?
물론. 허나 지금 당장 대답할 필요는 없다.
난 항상 도마의 탑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큭큭큭큭…………
여기 있었구나 세리카!
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 너답지 않다고.
………… 미안해요……
……?
세리카, 왜 그래? 안색이 안 좋은데.
……아무것도 아니에요. 자, 서두르도록 하죠.
………… 세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