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 여기 있었구나.
세리카……
왜 그래? 곧 대관식이 시작될 거야.
응.
설마, 세리카네 아버지의 옥좌에
내가 앉게 될 줄은 몰랐어.
……아버지의 옥좌라니.
이제 이 나라는 소피아가 아냐. 발렌시아 통일 제국인걸.
그리고 아름, 넌 그 초대 국왕이고――
세리카……
오해하지 말아 줘.
그 사람을 원망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
그저, 좀 안쓰럽더라고.
만약 내가 옆에 있었다면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
그게 조금 안타까울 뿐이야……
그러게……
나도 세리카도, 아버지 곁을 지키지 못했어.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었더라면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지도 몰라.
……미라님과 도마도 그랬으려나?
으~음…… 글쎄 어땠을까.
몇 백 년이나 싸운 사이잖아? 역시 좀 힘들지도……
어머, 아름. 그러다 천벌 받는다?
이런…… 그럼, 취소!
그치만, 미라도 도마도 지금은 함께 잠들어 있지.
응.
이 발렌시아 대륙이 내려다보이는 산 정상에……
그거 알아? 아름.
신룡이 잠든 땅에선 신수가 자라난다는 이야기.
헤에…… 훌륭한 나무가 되겠는걸.
그러게. 몇 백 년, 몇 천 년에 걸쳐……
그때, 이 발렌시아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신의 힘 없이도 우리의 삶이 계속될 수 있을까……
계속되길 바라기보단 계속되게 만들어 나가자.
계속될 나라를 나와 세리카, 그리고 모두와 함께 만들어 나가자.
아름……
그래, 네 말이 맞아. 우리라면 할 수 있어.
응.
사람이, 스스로의 힘을 믿는 힘――
그게 미라와 도마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힘이야.
――자, 가자. 세리카.
응――
이리하여 길었던 전투의 막이 내렸다.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 이제서야 발렌시아에 평화가 찾아왔다.
이 전투가 대체 무엇이었던 것인가. 그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자는 없다.
단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 그것은 인간이 다시 오만해졌을 때 새로운 전란의 불꽃이 지상을 불태워 버리고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것.
가장 잔혹하고 두려운 것―― 그것은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