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석상은…… 미라?!
대지모신 미라 맞지……?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미라가 돌이 되다니……
신룡인 미라와 도마는 팔시온으로만 봉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저 이마에 꽂힌 검이 팔시온이라는 걸까요.
하지만 저래서는……
……앗, 아름……?!
거기 아름 맞아?
세리카!
다행이다, 무사했구나.
……그런데 세리카, 왜 혼자야? 다른 사람들은?
…………
호오…… 네가 아름인가.
넌……?
내 이름은 쥬다.
황제 루돌프를 쓰러뜨려 준 것엔 감사를 표하마.
네가 쥬다……!
기다려. 너도, 도마도 반드시 해치워 줄 테니까!
그리고 세리카의 소피아 왕국을 돌려받겠어!!
안 돼, 아름…… 그러면 안 돼!
세리카?
도마가 죽으면, 리겔 제국도 메말라 버릴 거야.
소피아처럼 많은 이들이 배를 곯을 거야……
……! 그건… 하지만……
……게다가……
도마는 쓰러뜨릴 수 없어.
팔시온은 미라님께서 자신과 함께 봉인해 버리셨어……
뭐라고……?!
……그럼, 난 뭘 위해서……
…………큭…… ……아버지……!!
……아름……
아~핫핫핫핫!!
아름, 안테제…… 두 나라의 정점에 선 자들이여.
인세는 끝이 나고, 이 발렌시아를 신의 손에 돌려보낼 때가 왔도다!!
도마님께서 다스리시는 공포와 혼돈의 세계로 말이다!!!
그런…… 그런 일은 결코……!
기뻐하라, 안테제! 넌 그 명예로운 초석이 될 테니까.
?! 저게 무슨 뜻이야, 세리카?
미안, 아름……
이제 이 방법밖에 없는걸. 어쩔 수 없어……
이 계집은, 광기로 병든 도마님께 그 영혼을 바치기로 했다.
리겔과 소피아, 모든 이들을 위해.
뭐라고?!
그런…… 세리카! 거짓말이라고 해 줘!!
아름……!
흠…… 나도 인정이란 게 있으니.
작별 인사를 할 시간은 주마.
자, 가라!
세리카!!
아름…… 미안해……!
바보 같은 짓 그만 둬! 내가 반드시 구해 줄 테니까……
그러니까……!
아냐, 나……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어.
뭐……?
섬에 있을 때, 꿈을 꿨거든.
아름, 네게 몹시 괴로운 일이 일어나는 꿈을……
그래서 난, 미라님의 힘을 빌려 아름을 구하고 싶었어.
그런데도 넌 갖은 위험에 빠지고,
결국 아버지까지 네 손으로……
모두 알고 있었는데, 무엇 하나 막지 못했어.
아름, 널 위해 무엇 하나 해 주지 못했어……!
그런…… 그건 세리카 탓이 아냐.
그러니까 널 탓할 필요 없어!
하지만 나, 모두에게…… 아니, 넌 무사했으면 좋겠어.
도마와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어.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바라는 건, 그뿐이야.
세리카……!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야.
미안, 아름.
그래도 있지. 나, 사실은 계속……
네가 있는 그 마을로 돌아가고 싶었어……!
세리카! 기다려, 세리카――!!
…………
아름……
우린 이제 어떡하면 좋죠?
황제 루돌프는 도마를 쓰러뜨리라 하고, 왕녀 안테제는 그러지 말라 하니……
그럼 우린 뭘 위해 여기까지 온 거죠……?
현시점에서 한 가지 확실한 건,
소피아의 부흥은 절망적이라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미라가 저래서야……
그런……
미라도, 도마도, 세리카가 어떻게든 해 준다잖아?
야!
그럼 너 지금 세리카 보고 죽으란 소리야?!
그, 그런 뜻은 아니었어!
하지만 그럼 뭐, 특별한 계획이라도 있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제 아무것도 없잖아!!
……윽……!
……포기 못 해.
어?
포기 못 한다고!!
난 이런 거, 절대로 싫어.
도마를 쓰러뜨리고, 세리카와 함께 돌아갈 거야!
아름……! 그, 그치만……
아름.
지금 넌 단순히 소피아 해방군의 리더가 아닌,
리겔 제국의 차기 황제야.
개인적인 감정이 아닌, 리겔의……
아니, 이 발렌시아 전체를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 해.
그럼, 차기 황제로서 선대 황제 루돌프의 명을 따르겠어.
아름!
개인적인 감정이 뭐가 나빠?!
다들, 이 세계를 어떻게든 하고 싶어서 싸워 온 거잖아.
한 사람 한 사람의 뜻이 모여 세계를 이루고, 움직이고 있어.
그게 이 세계의 참된 모습이잖아. 난 그렇게 생각해.
신의 부재나 변덕으로 쉽게 무너져도 될 게 아니라고!
……그래, 네 말도 맞아. 하지만……
난 더 이상 소중한 사람을 잃기 싫어.
도마 때문에 누군가 죽는 것도 싫어.
클레베, 넌 안 그래?
…………
도마의 지배에서 벗어나더라도, 사람들은 굶주리고 세상은 황폐해질 거야.
악당이 판을 치고, 힘없는 이들부터 죽어 가겠지.
그래도 넌, 그것을 바로잡을 각오가 되어 있다는 거야?
그렇게 되지 않도록, 황제로서 최선을 다할 거야.
……물론, 적지 않은 희생이 따르겠지.
그 정도는, 나도 이미 각오한 바야.
하지만 이 세계가 천 년 후까지 이어진다면 말야,
난 사람들이 사람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만들고 싶어.
설령 길을 잘못 들게 되더라도, 그걸 우리 손으로 고쳐 나갈 수 있는.
그런 세계로 말야.
……그래……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나도 이의는 없어.
네 말에 따를게, 루돌프 2세 폐하.
뭐, 나도 도마나 대머리한테 알랑거리며 살 바에는
배를 곯는 편이 나아.
난…… 어떡하지.
야, 거기선 그러겠다 해야지!
그치만, 나한텐 동생들이 있단 말야……!
그렇게 되면, 저도 밭을 갈아야겠네요.
에엑?! 루카는 귀족님이잖아.
그러한 세계에선 귀족도 평민도 없습니다.
전, 도마한테 지배당하는 것도 배를 곯는 것도 절대 사양이거든요.
메마른 대지에서 농사를 지으라면 지어야지요.
저도 할래요! 전부터 해 보고 싶었어요.
모두의 힘을 합치면, 먹고 살 수는 있을 거예요.
절망하기엔 아직 이른 거 아닌가요?
그래…… 나도 할게!
밭일은 자신 있으니까 맡겨만 달라고!
이런…… 괭이를 든 황제라니, 전대미문의 진풍경이 되겠어.
?! 뭐지……?
미라 석상이 빛나고 있어……
어떻게 된 일이지? 미라는 봉인된 거 아니었나?
……날…… 부르고 있는 건가……?
아름?
다들, 가 보자!
미라가 날 부르고 있어. 무슨 방법이 있는 걸지도 몰라.
이 제단 어딘가에 들어갈 만한 곳이 있는지 찾아 보자!!
…………
자아, 안테제여. 도마님께서 기다리고 계신다.
잠깐.
그 전에 미라님을 해방시켜 줘. 약속했잖아?
미라를 해방시키라고? 무슨 수로?
팔시온은 미라가 자발적으로 봉인했다. 우리가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뭐라고……?!
당신…… 날 속인 거야?!
원망하려면 미라를 원망하지그래.
소피아를 버린 무자비한 미라를 말야!!
미라님……!! ……도대체 왜……!
자아, 얼른 오너라!
뭐어, 슬퍼할 필요는 없다. 그 꼬맹이도 곧 네 곁으로 보내 줄 테니.
아름을?! 그만둬!!
아름한텐 아무 짓도 하지 않겠다고 했잖아……!
큭큭큭……
그걸 믿었다니 참으로 어리석도다.
자아, 도마시여! 당신을 위협하는 성흔의 운명을 타고난 계집입니다.
부디, 이 영혼을 도마님 손에…………!!
싫어! 이거 놔……!
……아름……!!
오오…… 엄청난 활기……!!
아~핫핫핫핫! 도마님께서 기뻐하시는군!!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곧 성흔의 영혼을 하나 더 준비하겠습니다……!
…………
안테제……
이제 너도 도마님의 충실한 꼭두각시……
자아, 가라.
네 소중한 미라와 함께, 빛 한 점 없는 지하에서 고독한 죽음을 맞이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