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한 평야가 펼쳐진 남 소피아 평원의 남단부. 소피아 성으로 향하는 길이 이어져 있다.
클레어! 다친 데는 없어?!
아아, 페르난.
당신이 어떻게 여길?
어떻게라니……
네가 적에게 붙잡혔단 얘길 듣고 구하러 왔지.
클레베는 아지트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이건 대체…… 뭐야, 이 녀석들은?
아…… 우리 말이야?
이 녀석들이 아니에요. 아름이라구요!
아름은 마이센경의 손자예요.
마이센경의…… 손자?
어이, 루카! 어떻게 된 일이야.
마이센경을 데리러 간 것 아니었나?
아쉽지만 마이센경을 모시고 올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름군과 그 친구들이 힘을 보태 주기로 하셨지요.
손자와 그 친구들이라고?
이런 녀석들은 그저 평민에 불과하잖아!
언제부터 해방군이 애들 놀이터가 된 거지?!
페르난……
그들은 진심을 다해 싸우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어쩔 수 없이 철수를 선택했던 남쪽 요새도 되찾아 주었죠.
그들의 힘은 제가 보증합니다.
흥, 글쎄……
기사단에도 소속되지 못한 시골 귀족인 네가 뭘 알겠어.
…………
……이봐! 적당히 해!
나한테라면 무슨 말을 해도 상관없어.
하지만 루카를 욕보이는 말은 하지 말라구.
뭐라고?
평민 주제에……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아라.
아름의 말이 맞아요. 적당히 하도록 하세요!
페르난, 오라버니께 들은 말을 벌써 잊었나요?
클레베의 말……?
귀족이든 평민이든 상관없다.
함께 힘을 합쳐 싸우지 않으면 도제를 쓰러뜨릴 수 없다라고……
그렇게 누누이 말씀하셨잖아요.
안 그래도 해방군은 지금 도제군에게 밀려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구요!
…………
이봐, 너희들.
……뭐지?
클레베의 얼굴을 봐서 해방군에 참가하는 건 인정해 주지.
하지만 아무쪼록 주제를 알고 행동하도록.
자, 클레어. 네가 무사하다면 이 녀석들 따위에겐 볼일 없어.
함께 돌아가서 클레베에게 보고하자.
싫어요! 저는 아름과 함께 갈 거예요.
……그런가. 그럼 좋을대로 해.
……뭐, 뭐야, 저 녀석?!
저렇게 건방진 녀석은 처음 봐!!
루카 덕에 기사들도 나쁜 녀석들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 같았는데……
역시 있구나, 저런 녀석이.
죄송합니다……
많이 불쾌하셨죠.
그만둬.
저런 녀석을 위해서 네가 사과할 필요는 없다구.
그레이……
이 녀석…… 혼자 멋 부리다니.
응? 뭐가?
저……
아무쪼록 페르난을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예전엔 저런 사람이 아니었어요.
예전에는 이라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게……
이런 시대니까요.
이래저래 말하기 어려운 일도 일어나는 거겠지요.
자,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