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 왕국령과 리겔 제국령의 국경. 리겔측의 뒤편에는 울창한 침엽수림이 펼쳐져 있다.
아름군, 진격 준비가 끝났습니다.
보고에 따르면, 전방의 숲에 리겔군이 진을 치고 있다고 합니다.
지휘관은, 그 베르크트 장군인 모양입니다,
베르크트 장군……
역시 국경 수비인 만큼 만전을 기할 생각인가.
그렇겠죠. 하지만 갈 수밖에요.
그래……
기다렸다, 아름.
베르크트……!
흐음…… 병사의 수가 상당하군.
떨거지들의 집합소인 해방군이 제법 훌륭한 모양새를 갖추었어.
…………
그런데 약간 자만심이 지나쳤던 모양이야.
이 리겔의 땅에 발을 들이다니 말야……
미천한 놈이, 소피아의 왕이라도 된 것 같으냐!?
네 주제를 알지그래!
아니!!
클레베?
난 줄곧 아름을 곁에서 지켜봐 왔어.
그는 우리의 왕이 되기에 적합한, 용감하고 관대한 전사야.
난 이제서야 깨달았어.
왕이 될 자격은 혈통으로 정해지는 게 아냐.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걱정하고,
그리고 무엇을 행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클레베, 네놈……!
소피아 귀족의 긍지를 버리고 평민에게 굴복하겠다는 거냐!?
……네놈은 더 이상 내가 아는 클레베가 아니다.
여기서 숨통을 끊어 주마!
준비 끝났습니다.
알겠어.
아름님?
아, 아냐. 괜찮아.
모두들, 가자!
황제 루돌프를 쓰러뜨리고, 이 싸움을 끝내기 위해!
그리고 소피아를 지키기 위해!
소피아를 위해!
돌격―――!
움직입니다!
맞서 싸워라! 녀석들이 리겔 땅을 밟지 못하게 해라!
리겔의 땅을 더럽히는 침략자 놈들……
내가 인정을 베풀어 여기서 끝장내 주마!!
큭……
이럴 수가, 이 내가 또다시……!
소피아의 수치…… 여기서 눈감아라!!
크헉……!
어째서, 어째서 내가 이런 놈들에게 이길 수 없는 거냐……!
제기랄……
베르크트…… 넌 강해, 그건 인정해.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널 여기서 쓰러뜨려야겠어!
……설마, 이것에 의지할 날이 올 줄이야……
뭐?
으…… 으아아아아악!!
이, 이게 뭐야, 아름――!!
무슨 일이야?! 모두 대답해!!
히이이이익~! 사, 살려 줘……!
이게 뭐야?! 땅 속에서 손이……
이것도 마도인가?
아뇨, 다릅니다. 마법 공격이 먹히지 않아요!
이건, 우리가 아는 마도와는 다른……
으아악!
루카!!
어떡하지, 이대로는 모두가……
베르크트! 도대체 뭘 한 거야?!
……소름 끼치는군…… 이게 도마의 힘인가.
뭐라고……?!
……아니. 곧 죽을 네가 알 필요는 없지.
기다려, 베르크트! 큭……
이런 곳에서 죽는 건가……?!
널 다시 만나지도 못하고…… ……세리카……!
어……?
아, 아름. 방금 뭔가 빛나지 않았어?
세리카의 부적이…… 세리카, 너 맞지?
부탁이야, 세리카. 나를, 모두를 구해 줘……!
뭐라고?! 도마의 주술이 깨져?!
네놈, 무슨 짓을 한 거냐!
……나도 몰라. 그저, 소중한 사람에게 기도했을 뿐이야.
……하! 무슨 헛소릴 하는 거냐.
너 같은 놈에게 이 내가, 내가……!
베르크트님!
주술은 깨졌지만 놈들도 추격해 오진 못할 겁니다.
이 틈에 퇴각해야 합니다!
페르난…… 하지만…………!
살아 있어야, 황제 폐하께 해명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자, 서두르시죠!
……큭……!
……………… 저게 도마의 힘인가……?
저런 힘으로 이겨 봤자 아무런 자부심도 가질 수 없어.
리겔 제국…… 아니, 도마 교단은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 거지……?
가 버렸어…… 괜찮아? 아름.
응……
이 이상 추격해 봤자 소모전만 이어질 뿐이야.
그나저나 엄청났어. 방금 그거 말야……
아름, 뭘 어떻게 한 거야?
나도 잘 모르겠어.
그저 정신없이, 세리카의 부적에 기도한 것밖에는……
그러니까, 분명 세리카가 도와준 게 틀림없어.
흐음……
그럼, 다음에 만나면 감사 인사를 해야겠다!
응……
제기랄!!!
어째서, 어째서 난 아름에게 이길 수 없는 거지?!
그런 평민 녀석에게 어째서 이 내가 두 번이나……!!
베르크트님……!
진정하세요, 베르크트님.
전 베르크트님께서 무사하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
시끄러워!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읏…… 베르크트님……
……난 어렸을 때부터 강해지는 것만을 목표로 해 왔어.
그게 나 같은 고귀한 자들의 의무라고.
그렇게 가르침 받아 왔어. 아버지께도, 어머니께도……
그런 내가 오합지졸이나 마찬가지인 평민 놈들에게 지다니, 가당키나 해!?
그 비열한 녀석의 손까지 빌려 싸웠건만……
내가 뭐가 부족해서……!?
……내게 굴복하라……
!?
힘을 원한다면…… ……내게 굴복하라……
뭐야, 이 목소린……?
넌 누구냐?!
베르크트님?! 왜 그러세요……?
……너한텐 안 들리는 거야……?
방금 그 목소린 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