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요새 구출전

하아, 하아…… 찾았어? 파이슨!

아니, 전혀. 누구 하나 안 보여.

그만 포기해야 하는 거 아냐?

우리도 행군으로 지쳐서, 아침 늦게 일어났잖아.

이미 쫓을 수 없는 곳까지 도망쳐 버렸을 거라고.

아아…… 어떻게 이런 일이!

명예로운 소피아 해방군 전사들이 한 사람도 남김없이 도망치다니……!

해적을 앞에 두고 겁이라도 먹었나? 한심하기 그지없어……

……………………

면목 없습니다. 루카님.

이 부근 일대를 샅샅이 탐색했습니다만

부대장 이하, 우리 군 병사들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이 이상 시간을 들여도 소용없겠지요.

폴스, 파이슨. 우리는 예정대로 남쪽 요새로 향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곳은 지금, 도제와 손을 잡은 해적들의 습격을 받고

함락 직전 상태로 고립되어 있습니다.

얼른 동료들을 구하러 가지 않으면 손쓸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 우리끼리만?! 무모한 짓이야!

고작 셋이서 뭘 할 수 있겠냐고.

야, 야! 파이슨!!

아무리 그래도 대장님은 귀족인데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괜찮습니다, 폴스.

네? 하지만……

전 기사단 소속도 아니고 여러분보다 나이도 어립니다.

부디 루카라고 불러 주세요.

흐~응…… 그럼 사양 않을게. 루카.

네, 무슨 일이시죠?

넌 아무래도 다른 귀족 녀석들이랑 다른 것 같아.

그런데 말이야, 그래서 녀석들이 도망간 거 아니야?

하하…… 그럴지도 모르죠.

야, 그게 무슨 소리야?

병사들이 도망친 원인이 루카씨…… 루카한테 있다는 거야?

그, 도망친 녀석들 중 리더였던 녀석 말이야.

후작인지 공작인지 몰라도 엄청 으스댔었잖아.

그런데, 이제 막 해방군에 들어온 루카한테

일대일로 싸워 패배하고, 부대장이 되어 버렸으니.

여러모로 불만이 쌓였지 않겠어?

말도 안 돼!

그런 유치한 이유로 도망쳤다고?!

물론, 그것뿐만은 아닐 거야.

애당초 지금 해방군 자체도 형세가 좋다곤 할 수 없잖아.

그만둘 계기가 필요했던 거겠지.

맞습니다.

저도 그런 이유일 거라 짐작하고 있습니다.

알고 있었으면, 좀 적당히 하지 그랬어.

저도 진심으로 그 말에 동의합니다만

대결 직전, 촌뜨기라는 말을 듣고 무심코 본 실력이 나와 버려서요.

저도 아직 먼 것 같습니다.

하아…… 그보다 어떻게 할 거야.

클레베님께 받은 명령은 남쪽 요새의 방어와, 동료 구출이라고.

역시 우리 셋만으론…… 본대에 사람을 보내, 원군을 기다리자.

아뇨, 그럴 시간은 없습니다.

괜찮아요, 셋뿐이라면 셋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니까요.

명심하세요. 폴스, 파이슨.

목표는 아군의 구출. 그걸 달성하는 순간 물러납니다.

요새는 놈들에게 넘겨줍시다.

어?! 아니, 하지만……!

이게 지금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요새는 다시 되찾으러 오면 되죠.

흐~응…… 맞는 말이네.

그렇게 하자, 폴스.

이런 요새, 목숨까지 걸어가며 지켜야 할 필요는 없잖아.

으으…… 용서해 주십시오, 클레베님……!

젠장, 여기까지인가……?!

아아, 와 주었구나!

이제 틀린 줄 알았어. 고맙다……!!

이 요새를 너희에게 넘겨줄 수는……!

사, 살았다……!

아아, 이제 끝이야…… 누가 좀……!

히익, 살려 줘!!

어…… 아니라고? 우리 편이야??

좋습니다, 이걸로 아군은 모두 구출했습니다.

자, 길게 있을 필요 없죠. 지금 당장 물러납시다.

모두 구해 내진 못했지만…… 여기까지입니다.

최선을 다했습니다. 물러나도록 하죠.

아무래도 한발 늦은 모양이군요…… 작전 실패입니다.

아아…… 실패했네요…………

전……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젠장………… 난…… 아직…………!

아야야야………… 아~…… 더는 무리야…………

젠장, 놓칠 것 같으냐!

고작 셋이서 뭘 하러 오셨나? 포기라곤 모르는 반란군 놈들.

이 요새도, 이 나라도, 도제님 것이 된 지 오래라고!

……헷…… 어리석은 놈들……

도제님을 거스른 걸…… 후회하게 될 거다…………

하아……

뭐야, 폴스. 아직도 미련이 남은 거야?

그야 요새는 빼앗겼다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잖아.

셋이서 이 정도면 대활약 아니냐고.

빼앗겼다고…… 넌 그리 쉽게 말하지만.

이게 해방군에게 있어 얼마나 큰 타격인지 알아?

클레베님께서 우릴 믿고, 이런 중요한 임무에 파견해 주셨는데……

맞습니다…… 클레베도 골머리를 앓겠지요.

앗, 루카……!

아니, 그, 널 탓하려는 게 아니고.

따지고 보면, 그래! 도망친 놈들이 잘못이지!!

그치만 놈들이 도망친 것도 루카 때문이잖아.

넌 조용히 해!

하하하…… 아뇨, 맞는 말인걸요.

만약, 이 패배를 기회로 해방군이 괴멸하게 된다면,

제가 일대일 전투에서 봐주지 않았기 때문에,

라는 이유로 역사가 바뀌게 되는 거니까요.

무슨 그런 불길한 소릴……

그런데 루카, 어쩐지 기뻐 보이는데?

네. 대장으로서의 전 패배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만,

수확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니까요.

폴스, 파이슨.

풋내기인 제게 맞춰 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 아냐. 우린 임무를 수행했을 뿐 감사 인사를 들을 만한 일은……

두 사람 모두, 역시 클레베가 추천할 만한 인재입니다.

……뭐? 클레베님께서??

네.

실력 좋은 이들이 있다며, 보좌로 붙여 주셨거든요.

클레베님께서, 일개 병사인 날 지켜봐 주셨다니……

들었냐, 파이슨!

역시 해방군에 들어온 건 정답이었어!!

아아, 맡겨만 주십시오. 클레베님!

다음번에야말로, 반드시 승전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아~아, 아주 신나셨군.

너무 부추기지 마. 저 녀석 단순하니까.

그렇게 말씀하셔도, 전 사실을 말했을 뿐인걸요.

해방군은 빈말로라도 단결력이 좋다곤 할 수 없지만

저도 당신들은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으엑, 그러지 마. 그런 거 불편하다고.

파이슨, 루카! 뭐 하고 있어.

자, 얼른 돌아가자고!!

……그렇다네요. 출발할까요.

하아…… 예이, 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