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 왕국의 중심. 성벽 내에는 거대한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휘황찬란하고 다소 사치스러운 양식의 성.
――좋아. 모두 모였지?
그럼, 이만 출발할까.
응……
그런데, 아름. 정말 괜찮겠어?
괜찮냐니…… 뭐가?
시치미 떼지 마. 세리카 말이야.
그렇게 오랜만에 만났는데 너희 둘, 싸웠잖아?
세리카도 화나서 금방 출발해 버렸고.
너희, 그렇게 친했으면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벌써 몇 년이나 지났잖아.
나한테도 세리카한테도,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
으~음……
잘은 모르겠지만 말야, 사과하는 게 좋지 않겠어?
아직 그렇게 멀리 가진 않았을 거야.
어이, 로빈. 아름 의견도 들어 줘.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라잖아.
그치만……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하면 어떡해?
이런 게 마지막이면 속상할 것 같아서 그러지.
로빈…… 고마워.
하지만 이건 나와 세리카의 문제야.
게다가 난 지금 해방군의 리더이고.
나 하나 좋자고 모두를 기다리게 할 순 없잖아.
아름……
…………
세리카님, 세리카님!
……아……
미안해. 메이, 무슨 일 있어?
그런 건 아니고요……
그 해방군 리더라는 남자애, 세리카님의 친구 맞죠?
서둘러 성을 나와 버렸으니 작별 인사 못 하셨을 거 아니에요?
……으응, 상관없어.
그치만……
난 한시라도 빨리 미라님의 신전으로 가고 싶어.
미라님이시라면, 분명 전쟁 없이도 소피아를 구할 방법을 알려 주실 거야.
……으~음.
아무래도 이상한데. 무슨 일 있으셨나?
어쩔 수 없지. 세리카님도 복잡하실 거야.
만약 이대로 해방군이 도제랑 리겔에게 이기면,
차기 소피아 왕은 그 리더가 될 테니까.
뭐~?! 세리카님이 계신데?!
그렇다고 해서, 지금 정체를 밝힐 수는 없는 일이잖아.
밝혀지면, 이번엔 세리카님을 리더로 떠받들려고 할걸?
그런 건, 세리카님이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니까.
그, 그렇구나…… 좋았어!
이렇게 된 이상, 얼른 미라님의 신전에 가서
어떻게든 해 달라고 부탁드리자!
……뭐어, 그렇게 일이 잘 풀리면 좋겠다만.
이 산을 넘으면 소피아 해안이 나올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내자.
――잠깐, 세리카.
어?
…………
당신은, 그때 그 가면의……!
다시 만나서 다행이에요.
구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그보다, 이 길로는 가지 마라.
네……? 어째서요?
이 근처는 지반이 약하다. 게다가……
아무래도 좋지 않은 꿍꿍이를 가진 놈들도 있는 것 같고.
미라 신전이 목적이라면, 서쪽으로 산맥을 돌아가라.
서쪽으로? 하지만 서쪽엔 아름이……
난 분명히 충고했다.
앗…… 잠시만요!
……가 버렸네요.
누군가요? 저 가면 쓴 사람.
나도 잘 몰라. 하지만 저번에도 날 도와주셨어……
……그럼 어떻게 할까요? 세리카님.
저 가면 녀석 말대로 서쪽으로 갈까요?
상당히 돌아가게 되겠지만요……
애당초, 저 녀석 말을 믿어도 되는 거야?
확실히 도움받은 적이 있다곤 해도 적이 아니라 단언할 순 없잖아.
그, 그치만…… 좋지 않은 꿍꿍이라는 건 뭘까요?
또 세리카님을 습격하려는 걸까요?
…………
계획 변경은 없어. 우린 이 길로 가는 거야.
그 사람 말은 신경 쓰이지만 지금은 서둘렀으면 좋겠어.
설령 습격이 있다 해도, 모두가 있으니까……
게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 땐 반드시 그 징조가 있어.
주의를 기울이면, 분명 괜찮을 거야.
――흥. 드디어 왔군.
다른 녀석들은 실패했지만 난 그렇게 쉽지 않을 거다.
쥬다님께서 직접 하사해 주신 힘이 있으니 말이야.
자, 계집 주변에 날아다니는 시끄러운 날파리부터 치워 보실까……!
우왓……!
뭐야, 지진인가?!
으아아, 제대로 못 서 있겠어…!
위험해, 절벽이 무너진다!!
거짓말이지?!
도대체 왜, 갑자기 이런 일이……!!
다들, 위험해……!
세, 세리카님?! 이쪽으로 오시면 위험해요!!
세리카님―――!!
세리카님, 괜찮으세요?!
…………윽……!!
………… 어……?
…………
다…… 당신은……!
……무사한가? 세리카.
네, 네……! 감사합니다.
……저, 죄송해요. 모처럼 충고해 주셨는데……
죄송하다고 생각한다면, 사사로운 감정으로 판단을 그르치지 마라.
넌 지금, 여기 있는 모두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는 입장이니까.
……네.
정말…… 그 말씀대로예요.
……이미 와 버렸으니 어쩔 수 없지.
소피아 해안은 바로 이 근처다.
여기서부턴 더는 위험한 일도 없겠지.
어…… 그걸 어떻게 아시나요?
강력한 마법을 써 준 덕분에 쥐새끼의 숨은 곳을 알았거든.
……또 가 버리셨어.
하다못해 이름만이라도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으~음, 수상해…… 도대체 정체가 뭘까요?
나쁜 사람으론 안 보이지만요.
뭐, 조만간 또 만나겠지.
아가씨, 정말 누군지 짐작 가는 녀석 없어?
……없어요.
제겐 가족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 하나 남아 있지 않으니까요.
이런, 실례되는 걸 물었군. 잊어 줘.
아니에요……
그보다, 길이 완전히 막혀 버렸어.
더는 저쪽으로 지나갈 수 없겠는걸.
그러게요…… 뭐, 갈 일도 없겠지만요.
……아름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더는 구하러 갈 수 없어.
세리카님?
아무것도 아니야.
시간이 많이 지체됐어. 자, 서두르자.
뭐, 뭐지? 이 소리는……
아아, 이 주변은 지반이 약하거든.
어딘가에서 또 산사태가 일어난 거겠지.
이 정도 소리면 제법 먼 곳일 테니 우리 군에 피해는 없을 거야.
응. 하지만……
보고드립니다.
동쪽 산맥에서 산사태가 발생하여,
소피아 해안으로 가는 길이 막혀 버렸다고 합니다.
동쪽 산맥? 세리카 일행이 향한 쪽이잖아.
세리카…… 괜찮은 걸까……
잠시만요. 당신이 아름씨인가요?
전 떠돌이 상인입니다.
어느 시스터의 부탁으로 물건을 전달해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미라의 톱니』라는 물건입니다.
자세한 것은 스스로 조사해 주세요.
그럼, 확실히 전달해드렸습니다.
미라의 톱니를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