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섬에 있는 항구. 작지만 번화가에는 많은 가게들이 있어 나름대로 활발하다.
오호, 신관님. 외출 나오신 건가요?
아, 소피아로? 그건 힘들지 않을까요.
최근에 해적들이 많아져서 배를 낼 수가 없다는데……
부두에서 뱃사공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는 게 좋을 겁니다.
술집에서 퍼마시고 있는 세이버는 저래 보여도 실력 있는 용병이야.
관님 일행도 필요한 일이 있다면 부탁해 보는 게 어때?
뭐, 어디에서 왔는지 출신조차 수상하긴 하지만……
강한 건 확실하거든.
이 앞에 있는 작은 섬의 사당에는 말이야.
신비한 힘을 지닌 검이 숨겨져 있다고 해.
하지만 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 섬에는 드래곤 좀비가 살고 있다고 하거든.
다가가기만 해도 한입에 잡아먹히고 말 거야.
아아, 무서워……
뭐지? 아가씨. 여긴 애들이 올 장소가 아니라구.
저……
오호, 신관님이시군요. 여긴 어쩐 일이신지?
배를 내어 주실 수 없을까요? 소피아 항구까지 가고 싶어요.
으음……
그건 아무리 신관님의 부탁이라고 해도 어렵겠습니다.
이 주변 바다는 해적들 천지라서 배를 냈다가는 큰일이 날 게 분명하거든요.
그런가요…… 큰일이네요.
옳지, 신관님!
신관님의 힘으로 해적들을 어떻게 해 주실 순 없을까요?
아…… 제, 제가 말인가요?
이렇게까지 녀석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데도
왕의 군대는 아무것도 해 주질 않습니다.
이대로는 저희 모두가 말라 죽을지도 몰라요.
정말이지, 이 소피아는 어떻게 되어 버린 겐지……
…………
어차피 해적이 있는 한 바다를 건너실 수는 없을 겁니다.
어떻게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아~ 어쩌면 좋지……
해적을 어떻게 해달라니, 저 할아버지도 참!
이렇게 연약한 우리가 보이지 않는 건가?
으응?
하지만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대로야.
해적과 싸우지 않고는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상황이야.
어떻게 하실 거예요? 세리카님.
도와줄 사람을 찾아 보자.
설령 바다를 건넌다 해도, 소피아 본토도 내란과 몬스터 출몰로 황폐한 상태일 거야.
우리만으로 여행을 할 순 없겠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
해적들이 들끓는 바다로 함께 나가 줄 사람이라……
그런 별난 사람이 있을까요?
해적들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배를 낼 수 없습니다.
신관님 일행만으로 힘들 것 같으면 누군가를 데려가는 건 어떨까요?
신관님, 바다로 나가는 거야?
그래…… 조심해서 가도록 해.
이 일대 해적들의 보스는 다하라는 엄청 잔혹한 남자야.
이 너머 동쪽 작은 섬에 요새를 만들고 아주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지.
최근에도 가족을 녀석에게 잃은 남자가 복수를 한다며 배를 타고 갔는데……
가엾게 되었지. 아마 살아 있지 못할 거야.
소피아 성에선 지금 왕을 죽인 재상 도제가
마치 왕이라도 된 듯이 행동하며 모두를 괴롭히고 있는 모양이야.
소피아 기사단의 클레베님이 해방군을 결성해서 싸우고 있긴 하지만
좀처럼 잘 풀리진 않는 모양이더라구.
당신이 세이버죠?
그런데…… 당신은?
저는 세리카라고 합니다.
당신, 굉장히 실력이 좋은 용병이라고 들었어요.
부디 저의 경호를 부탁드리고 싶은데요.
경호? 아가씨, 어디로 가는데?
네. 미라 신전까지요.
미라 신전? 그것참 멀군……
우선 이 해적들 천지인 바다를 건너야 한다고.
그래서 당신께 부탁드리는 거예요.
아니면 당신조차도 해적들은 버거우신가요?
아가씨, 그렇게 자극하지 않더라도 난 해적 따위에게 주눅들거나 하지 않아.
문제는 돈이지. 나는 결코 싸지 않거든.
이런 위험한 여정이라면 더욱더 말이야.
……돈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이걸.
뭐야, 단검인가?
……어이, 이건……
어떠세요. 그걸론 부족하신가요?
………… 글쎄.
뭐, 충분하다곤 할 수 없지만 특별히 넘어가 주지.
좋아, 계약 성립이다. 미라 신전까지 모셔다 주겠어.
정말인가요? 고마워요……!
메이, 보이!
세이버가 경호를 맡아 주신대요……!
후훗, 이거 괜찮은 건수의 냄새가 나는군.
그나저나 이런 보물을 거리낌 없이 건네다니……
저 아가씨, 정체가 뭐지?
오오, 신관님. 오셨군요.
네.
여기 세이버가 도와줄 거예요.
이제 배를 출발시킬 수 있겠죠?
네, 물론이죠. 이거 든든하군요.
자, 이리로. 어서 배에 타시죠.
…………
왜 그러세요? 세리카님.
아니, 아무것도 아냐.
배에 타는 건 섬으로 올 때 이후로 처음이라……
아, 그랬군요.
저나 보이는 가끔 놀러 다니느라 왔다갔다 했는데
세리카님은 줄곧 섬에서 벗어나지 않으셨죠.
메이…… 너, 바보냐?
대체 뭘 위해 세리카님이 섬에 숨어 계셨다고 생각하는 거야.
가볍게 놀러 다닐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아, 알고 있어! 그 정도는.
하지만 그래서 이렇게 섬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기쁘잖아……
그렇죠? 세리카님!
너 있잖아, 그냥 입 다물어라.
우후후…… 괜찮아, 보이.
맞아, 기쁜 건 사실이야.
그런데 동시에 불안해. 미라님은 어떻게 되신 건지……
아니, 그 전에 우리가 신전에 도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리고?
아냐, 이건 비밀.
에엣~?!
아름……
지금 넌 뭘 하고 있니?
그 마을에서 아직 할아버지와 살고 있는 걸까.
……아니, 난 알아.
넌 이제 그 마을엔 없는 거지?
나, 아름을 만나고 싶어.
확인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
이 여행의 어딘가에서 언젠가 널 만날 수 있을까――
아아, 도마님. 괴로우십니까?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하지만 이제 조금만 더 참으시면 됩니다.
그 계집아이가 섬을 떠났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도마님을 위해 반드시 손에 넣도록 하겠습니다.
성흔을 가진 운명의 아이 중 하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