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 왕국의 중심. 성벽 내에는 거대한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휘황찬란하고 다소 사치스러운 양식의 성.
소피아 해방군, 만세~!
당신들 덕분에 리겔군이 이 성에서 떠났습니다.
아아, 이제는 자유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도제는 이 너머 숲의 서쪽에 있는 자신의 요새로 도망쳐서
리겔 쪽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모양이야.
부하들을 버리고 자신만 도망치고…… 대체 어디까지 썩은 인간인지.
도제는 왕가의 검을 들고 도망쳐 버렸어.
그건 옛날, 리겔 왕가에서 우호의 증표로 선물한 거야.
하지만 보통 사람은 사용할 수 없는 특별한 검이라고 하더라구.
그 사람이 가지고 있다 한들 의미가 없을 텐데 말이야……
이 보물고에 있는 나이트 킬러는 적의 기사를 간단히 제압할 수 있어.
하지만 창이니까 기사만 다룰 수 있다고.
모두들, 들어 줘.
이제 우리 해방군의 목표였던 소피아 성 탈환에 성공했어.
하지만 주모자인 도제는 자신의 요새로 도망쳤고……
리겔군도 여전히 국내에 머물고 있지.
소피아를 진정으로 해방시키려면 도제를 치고 리겔군을 물러나게 해야 해.
――그래서 말인데, 아름.
아, 왜 그래?
이 해방군의 리더는 너야. 아름, 너의 의견을 들려줘.
나의 의견? 그건, 으음……
이대로 성에 머무르며 방어에 만전을 기하는 것도 방법이겠죠.
아니면 이쪽에서 먼저 칠 것이냐.
어느 쪽이든 저희는 당신의 의견을 따를 겁니다.
루카……
…………
나는 지금까지 람 마을을 떠나 본 적이 없었어.
그래서 이 싸움을 통해 이제서야 내가 살고 있는 나라가
어떤 상황에 빠져 있는지 알게 되었지.
소문으로 듣긴 했지만 느낌이 전혀 달랐어……
정말로 고통받는 사람이 있었고, 상처받는 사람이 있었어.
하지만 모두와 함께 싸우는 도중에
내 손으로 그런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
――나는 앞으로 나아갈 거야.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구하고 싶어.
얕고 어리석은 의견일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싸우고 싶어. 소피아를 되찾기 위해서.
모두들…… 나를 따라 주겠어?
아름군……
네, 네! 물론이죠, 아름……
――그럼 결정이로군.
제군들!
우리 해방군은 지금부터 북쪽으로 진군하여 도제, 그리고 리겔군을 격퇴한다!
뭔가…… 멋진데, 아름.
한가한 소리 할 때냐!
아름 녀석, 리겔 제국과 전쟁을 하겠다고 한 거라고!
아, 음…… 에엥?!
하, 하지만 소피아에서 내보내는 것뿐이잖아?
그걸로 끝나면 고생은 안 하겠지.
아아~ 점점 터무니없는 일이 되어 가고 있어……
…………
왜 그래?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니…… 그레이.
너, 이렇게 될 거란 거 알고 있지 않았어?
뭐? 뭔 소리야, 그게.
왜, 예전부터 자주 말했잖아. 아름은 우리와는 다르다고.
그게 어쩌면 이런 걸 말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
그건…… 그렇게 깊은 뜻은 없었다고.
그래? 나는 지금 그런 생각이 드네.
역시 아름은 우리랑 뭔가 달라.
자랑스럽지만 뭔가 분하네……
로빈……
리마 4세의 자녀 분들은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단 한 사람 살아 있다는 소문이 있지요.
이름은 안테제, 왕녀님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십수 년 전, 살고 계시던 별궁에 화재가 일어나
돌아가신 줄로 알고 있었지만, 실은 누군가에 의해 구출되었다나.
살아 계신다면 지금 어디에 계신 건지……
안테제님에겐 배다른 형제이긴 했지만, 매우 사이가 좋은 오빠가 있었어요.
하지만 그분은 별궁의 화재로……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죠.
적어도 안테제님만이라도 살아 계시다면 좋을 텐데.
마이센 장군은 훌륭하신 분이지만 리마 4세에게는 신임을 받지 못했어.
뭐, 그런 왕이었으니까 말이야.
도제에게 있어서도 방해가 된 모양인지,
왕의 아이들을 죽인 건 마이센 장군이라고 주장하더군.
물론 그런 얘기,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리마 4세는 잘됐다는 듯, 장군에게 죄를 묻게 되었지.
어떻게든 사형은 면했지만 성에서 추방되어 버린 거야.
이쪽으로는 아직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부디 다른 장소를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오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해방군 여러분.
저는 소피아 왕국에서 오랜 기간 일하고 있는 자입니다.
부디 이 성에 대한 것이라면 뭐든지 물어봐 주십시오.
협력해 줘서 고마워.
성에 온 건 처음이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야.
마이센 할아버지한테 여러모로 얘기는 들었지만……
마이센이라 하면…… 그 마이센 장군을 말씀하시는지요?
응. 나는 손자인 아름.
할아버지는 예전에 성에서 일하셨다고 하던데?
그렇긴 합니다만…… 이상하군요.
장군에 대해선 잘 알고 있습니다만, 가족이 없으셨던 걸로……
뭐……?
노인장,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아름은 어엿한 마이센경의 손자로……
아니요, 제가 직접 본인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나에겐 처자식이 없다네. 라고.
말도 안 돼…… 그럼 나는……?
――아름. 신경 쓸 필요 없어.
이 노인이 틀림없이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거야.
으, 응……
………………
으음…… 이상하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름님.
부디 이 계단을 올라가 보시기 바랍니다.
발코니에서 어떤 분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응? 어떤 분이라니……
그건 제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자, 어서.
……? 누구지.
부디 이 계단을 올라가 보시기 바랍니다.
발코니에서 어떤 분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왔느냐, 아름.
할아버지?! 어떻게 여기에……
글쎄, 어떻게 왔을까.
……아름, 꽤 훌륭한 모습이구나.
마을을 나선 후, 다양한 것들을 보았을 테지.
아……
나, 인사도 하지 않고 마을을 떠나 버려서, 그……
미안하단 마음은 갖고 있어.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아.
지금은 해방군의 리더를 맡고 있고,
남쪽 요새도, 이 성도, 우리가 되찾은 거야.
그러니까……
아름. 이제 와서 너의 행동을 탓할 생각은 없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단 한 가지. 너에게 각오가 있느냐 없느냐다.
각오……?
그렇다.
발걸음을 내디딘 이상, 너의 운명은 멈출 수 없다.
하지만, 모두가 네가 가는 길을 축복해 주지는 않을 터.
막아서는 수많은 곤란과 생각지도 못한 비극……
사람이 무언가를 이루려고 할 때는 이러한 것들을 피할 수 없다.
…………
수많은 자들의 목숨을 짊어지고 그 마음들을 받아들이고
그러고도 소피아를…… 아니, 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계속해서 싸워 나갈 각오가 너에게 있느냐?
……응!
할아버지, 나는 어려운 이야기는 아직 잘 몰라.
하지만 설령 누구에게 무슨 얘길 듣든, 나의 힘으로 소피아를 되찾고 싶어.
내가 무엇을,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최선을 다해 도전하고 싶어.
그래……
그 녀석과 같은 눈을 하고 있구나. 피는 못 속이는군.
응? 그 녀석이라니……
그건 곧 알게 될 거다.
할아버지……
저기, 조금 전에 이상한 얘길 들었어……
우왓?! 뭐, 뭐지?
오오……
민중들이 영웅의 모습을 두 눈에 담으려 모여 있구나.
아름, 이리 오도록 해라.
와아……
잘 봐 두도록 해라.
이 사람들의 마음을 짊어지고 너는 앞으로도 나아가야 한다.
그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돼.
이렇게 소피아 성은 도제의 손으로부터 해방되었고 사람들은 젊은 영웅의 등장에 환희했다.
하지만, 그것은 더욱 괴롭고 힘든 싸움의 서곡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때의 아름은 아직 알 도리가 없었다――
보고드립니다!
소피아 성이 해방군의 손에 의해 탈환되었습니다!
…………
소피아 성에 있던 베르크트는 어찌 되었느냐.
퇴각하여 본대와 합류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오오, 한심하게도……
황제 폐하 직속의 리겔 기사단이라는 분이.
저의 요술 군단이었다면 이런 사태는 없었을 것을.
쥬다공, 무례하지 않소!
아니요, 그럴 리가……
저는 진실을 말한 것뿐입니다.
그 해방군의 리더는 아름이라고 했나.
네.
소피아 기사단의 클레베를 대신하여 최근에 취임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가……